사람이 아프면,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.
지푸라기... 그 부스러기 잡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요.
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. 현실이라는 벽은 본디 그런 것입니다.
제가 아무리 바이폴라(bipolar) - 조울병에 관한 서적을 읽는다고 해도,
사랑하는 아픈 어머니의 병이 그렇게 간단히 좋아질 리가 전혀 없습니다.
그러나, 어머니가 아픈 이후로, 저는 확실히 의사 선생님들의 책을,
더 나아가서는 의사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훨씬 더 집중하게 되었습니다.
사실 더 솔직히 말하면, 그냥 제가 느낀 바를 쓴다면,
우리나라 의사 선생님들은 정말 비상한 두뇌를 가지고 있습니다.
잠시 정신건강의학과 유머를 빌리면,
다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가 다 의학박사라서, 이웃사람이 의학박사라서,
의사 선생님들의 그 황금 보다 값진 이야기들을 들을 마음이 없는 지도 모릅니다.
어쨌든 참 아름다운 나라 - 대한민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,
저의 어머님은, 정말로 병원비 걱정 거의 없이 치료를 계속 해서 받고 있습니다.
진료비가 고작 만원, 이만원 나오다니... 꿈만 같은 일입니다.
그 정도는 몸이 온전치 못한 저도 얼마든지 벌 수 있습니다.
늘 편안한 표정으로, 맞이해주시는 존경하는 장세헌 선생님께서는,
힘든 일을 겪을 때는 "할 수 있는데까지 노력하기"를 알려주셨습니다.
기억납니다. 그것은 영화 스틸 앨리스에서도 본 적이 있습니다. 할 수 있는데까지.
스스로의 마음을 잘 지켜가면서,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하는 것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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비오는 오후, 도서관 가는 길에 저는 (20년 전,) 어릴 때 부터 저를 기억해주시는...
부산 성모정형외과의 구 원장님을 뵈러 갑니다. 꽤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...
구 원장님은 언제나 그렇듯 따뜻하게 애써 긴 시간을 내어주십니다.
남들처럼 뛰지 못하면 뭐 어떤가, 30분 이상씩 꾸준히 매일 걸어다니면 충분하다는 거죠.
그래요. 이 또한, 분명한 것입니다. 할 수 있는데까지 노력하며 살면 건강하다는 거에요.
선생님... 저, 사는 게 참 힘이 든다고 느껴져요. 어머님의 병은 나아지지 않아요.
어쩌면 하소연 이겠지요. 그리고 원장님의 반격! 푸시킨의 시! 다 지나가리라!
그래서 원장님은 제게 그 시를 천천히 읽어주고 싶었던 것입니다. 그래서 발췌해 왔습니다.
Daum백과사전. 아! 요즘에는 인터넷 백과사전이 참 좋네요.
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/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
슬픈 날에는 참고 견디라 / 믿으라, 즐거운 날은 오고야 말리니
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, / 현재는 슬픈 것
모든 것은 하염없이 사라지는 것이니
지나가버린 것은 그리움이 되리라 (푸시킨 1799~1837)
슬픈 날에도, 미래를 바라보며 견디며 살아가라고 그렇게 마음 가득 응원해 주시는 것입니다.
그리고, 놀랍게도 끝이 아니었어요! 또 있어요! 원장님께서는 잠시 투머치토커 되셨어요!
"하늘이 그 사람에게 어려움을 줄 때는, 반드시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주는 게 아닐까."
정말 묵직하게 가슴으로 들어오는 인생의 돌직구 한 방이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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힐러들의 수다라는 팟캐스트 방송이 있습니다. 의사 선생님들 수다 떠는 방송입니다.
아! 유익하기로는 엄청나게 유익합니다. 그 때 배운 것이 있습니다.
정말로 좋은 명의 선생님은 확답으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는 거에요. 조심스럽다는 거에요.
제가 책으로 아는 혹은 만나서 아는 선생님 가령...
김병수 선생님이라든지, 또 장세헌 선생님이라든지, 백대업 선생님이라든지...
그리고, 구 원장님이시라든지... 인생에 대해서 "이게 해답이야" 라고 함부로 결론 짓지 않아요.
다만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. 힘들어도 견뎌보지 않겠니? 좋은 일이 있을 꺼라 믿어보지 않겠니?
그 다정함이 그 어떤 고난 앞에서도, 흔들림 없이, 또렷한 정신으로 현실을 마주보며,
자, 인생을 그럼에도 견디며 이 시간들을 사랑하며 살아가도록 격려하고 이끌어 주는 것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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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런 소박한 블로그를 아껴주시는 분이 계시기에, 저는 오늘의 감사함을 기록으로 남깁니다.
세상이 우리의 삶을 속일 수 있으나,
우리 다시 일어서서 살아가도록 해요.
세상이 우리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내고, 할퀴고 지나갈 지 모르나,
그 상처가 아무는 날이 분명히 밝아올 것이므로, 다시 한 번 더 일어나도록 해요.
하루 하루가, 사실은 얼마나 특별한 것인가.
하루 하루가, 사실은 얼마나 귀중한 것인가.
그 생의 순간이 끝나는 그 날까지, 저는 기쁘게 살기로, 감사하며 살기로,
그리고 정직하게 살아가기로, 성실하게 살아가기로, 사랑하며 살아가기로,
내 모든 힘과 용기를 다하여 정하였습니다.
쓰러질 때 마다, 간절히 울며 기도하고, 또 기도하면서, 반드시 또 일어나.
할 수 있는데까지 노력하기를 실천하며 - 살아가겠습니다.
장세헌 선생님,
그리고 구 원장님. 고맙습니다. 정말로 감사합니다. / 2018. 12. 12. 무명블로그에서 허지수.